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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연극 (28)
The first mind
내가 알던 그 김지은 연출이 맞던가. 극의 분위기랑 전혀 상관 없이, 완성도나 흐름이란 것이 매끄럽지 못한 극으로 느껴졌다. 극단내의 인원이 부족해 외부에서 배우를 차출해 만드는 케이스처럼 느껴졌다. 대학로 극단들이 대부분 이 방법으로 극을 만든다지만 배우들이 화술과 어법이 너무 가지각색이란 느낌이 들었다. 1과 2가 대화 하는 것이 아니라 one과 二가 대화 하는 것처럼 몰입할 수 없었다. 해설자가 너무 자주 너무 가볍게 등장했고, 갑툭튀 란 말을 이럴때 쓰는 거구나 싶었다. 라고 생각하며 보았다.ㅠ 후에 팜플릿을 보니 그게 의도적인 연출이라고 적혀 있었던 것 같은데. 아니야.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몰입 한 다음에 빠져나와야지, 집중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해설은 너무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원..
포스터 그대로의 캐스팅 전석호 / 김선 호[ _ 스포 일색 관람후기입니다.] 단차도 낮은데다 무대높이가 객석과 같은 높이에서 시작한다는 것이 좀 아쉬웠지만, 객석이 가득찼다. 그것만으로도 배우는 힘을 받고, 관객에게도 그 힘이 그대로 전해졌다. 동생은 아이비 리그를 졸업해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아내와 아이가 있는 흠잡을데 없는 인생. 형은 남의 집 창문으로 들어가 대문으로 나오는 남자. 사막을 누비고 투견과 함께하는 범법인생. 그런 형제의 이야기다. 동생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시나리오 계약을 앞두고 있던 어느날. 수년만에 집에 돌아온 형은, 영화제작자와 동생과의 미팅을 훼방 놓고. 결국 형의 아이디어가 담긴 라는 시놉시스가 계약자의 귀에 들고 만다. -시놉시스는 사실 좀 엉망이지만- 이 이야기가 소위..
희곡은 어땠을까요? 초연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관람전 확인한 공연 시간이 백분이었는데, 실제 공연시간은 120분 가까이되더라구요. 관객과 호흡한다는 점은 좋았지만, 애드리브가 많아, 극이라기보다는 토크콘서트 같은 느낌도 좀 들었어요. 도둑들 + 노인들 의 관점에서 사회를 조망하는 위트는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힘이 있었어요. (실제 노인들, 도둑들의 시선은 아니었지만) 사회를 향해 개탄하고 조소를 보내기에, 어르신들 만한 입장도 없잖아요. 정권을 욕하고, 권력자를 조롱하는데도 객석에서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건 신기하면서도 슬픈 일이었어요. 저 역시도_ 반정부적 성향이 있는지라 그냥 허허 하면서 보았는데, 막상 뒤돌아서 생각하니.. 정말 다들 나처럼 느꼈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한편으로는 TV조..
연극 다운 연극 좋긴 한데, 너무 연극 같아, 현실로 와닿기엔 벽이 있었다. 배우들의 연기가 전체적으로 너무 '강'조. 연극 무대를 처음 찾는 이들에겐 낯설다는 인상이 들 수도 있겠다. _ 아니 어색할거야. 나도 그랬거든. 저러다 배우가 죽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무대에 오른지 보름 정도 된 시점이었는데... 배우의 역량 문제보다도, 연출의 완급 조절이 아쉬웠다. 장애를 가진 사람을 연기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극 내내 감정이 고조를 달린다. 한번 숨을 죽여, 관객의 숨통을 틔어 줄법도 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과연 한달이 넘는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그것도 원 캐스팅) 배우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무대에 설 수 있을까? 하고 혼자 노인네 걱정을 했다...... 희곡 자체는 동화 같고, 시같은 장면들이..
강렬했다 우아했고 유쾌했고 억지스러웠고 소소했고 아무렇대도 아무 상관 없었다 집중을 멈출 수 없었고 소리가 사람이 이야기가 어우러져 있었다 포스터 그대로 였다 일주문 앞에서 나를 내려다 보았던, 비현실적이고 거대했던 장군상의 이미지 처럼 극은 비현실적이지만 강렬했다. 이야기 구성따윈 아무 상관 없이, 씻김 굿을 보고온 기분이 들었다. 뜨거운 사우나에서 한차례 땀을 흘리고 후닥닥 달려 냉탕에 들어간 느낌 후우- 한국 연극 이 꼬리표,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2014년 공연 당시 호평이 많이 올라와, 기대를 조금 했더랬다. 배우들의 연기는 평타 이상 세트는 생각외로 단출했다. 6.25부터 오늘날까지, 격변의 시대를 건너온 할아버지와 (겉으로는) 평안한 시대를 살고 있는 손자의 대화가 극을 이끌고 간다. 할머니가 죽기전, 지인을 찾아나서는 할아버지. 그리고 그 길에 동행하는 손자. 그 길을 따라 손자의 시선으로 할아버지의 지난 세월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한국의 과거가 근현대사라는 글자의 기록이 아닌, 사람이 건너 온 사람의 기억과 흔적이었음을... 다만, 사유하고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을 관객에게 남겨주지 않은 마무리는 크게 아쉬웠다. 느끼고 기억하는 것은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두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굳이 마지막 장면, 손자가 느낀 바를 교과서처럼 정리해주지 ..
꽃이라 이름 붙였기에 꽃이 되었고, 마녀라 꼬리표를 다는 순간 사냥이 시작되는 시대. 빛나는 이름의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바꾸고 싶어했어. 광자. 빛나거나 미치거나란 수식어 그대로 그녀인 것 같은 그 이름 이광자 그녀는 자신의 젊음을 이용하고, 가난함을 몸으로 메꾸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이익을 남기며 살아가는 평범한 여자. 내가 볼땐 그랬어, 그런애들 정말 많잖아 젊음이 지지않는다 믿는 애들. 아니 나는 원래 젊게 태어났어 나는 이렇게 태어났어 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거는, 그냥 그런 젊은 여자. 무대가 참 어디 길 같았어, 길 같고 치우지 않은 버려진 방 같았어, 옷장은 높고 샹들리에는 위선적이었고 이곳저곳에서 아무렇게나 튀어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배우들, 아무렇게나 튀어나오는 척 해도 모두 약속된 동작..
고모가 있던 시골에서 보낸 마지막 여름 방학. 남들과 다른 모습으로 살아온 고모가 가진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어린 미래가 목격했던, 뜨거 웠던 여름날의 기억. 여름 방학 비밀 기억 그 단어가 주는 기대가 너무 컷던 탓일까. 극이 진행되면서, 그녀의 비밀은 평범하게 느껴졌고 아프기보다 아득하게 느껴졌다. 지나간 이야기, 이미 흘러가 버려서 아 그때 그랬지 하고 중얼거리게 만드는 그냥 그런 이야기. 하지만 또 다시 생각해보면, 내 젊은 날엔 없었던 그리고 내 앞길에는 오지 않을 사랑 이야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계절은 자로 잰듯 미지근 해서 나 역시도 그저 사랑으로 사랑한다 말하기엔 계산기를 두드리는 어른이 되어버려서, 미래의 여름은 이야기 처럼 이야기 같았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을 훔쳐보고 온 기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