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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9. 햇빛사워 리뷰 본문

공연정보/연극무대 _ 후기

2015.07.09. 햇빛사워 리뷰

이요상 2015. 12. 14. 00:30

 


<리뷰 아니고 일기에요, 후기 _ 그냥 끝나고 남기는 기록

그리고 그냥 스포일러>


꽃이라 이름 붙였기에 꽃이 되었고, 마녀라 꼬리표를 다는 순간 사냥이 시작되는 시대.

빛나는 이름의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바꾸고 싶어했어. 광자. 빛나거나 미치거나란 수식어 그대로 그녀인 것 같은 그 이름 이광자


그녀는 자신의 젊음을 이용하고, 가난함을 몸으로 메꾸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이익을 남기며 살아가는 평범한 여자.

내가 볼땐 그랬어, 그런애들 정말 많잖아 젊음이 지지않는다 믿는 애들. 아니 나는 원래 젊게 태어났어 나는 이렇게 태어났어 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거는, 

그냥 그런 젊은 여자.



무대가 참 어디 길 같았어, 길 같고 치우지 않은 버려진 방 같았어, 옷장은 높고 샹들리에는 위선적이었고

이곳저곳에서 아무렇게나 튀어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배우들, 아무렇게나 튀어나오는 척 해도 모두 약속된 동작 같아서 좀 아쉽기도 했어.


광자역의 김정민 배우는 좀 아쉽더라. 극 중반까지도 어떤 생각을 하는 어떤 여잔지 확 와닿지가 않았어.

나는 그리고 묘하게도 그녀가 계속 죽기를 기다리며 연극을 봤어. 무대 한가운데 설치된 싱크홀, 그곳에 곧 빠져 죽을 것만 같은 거야.

그리고... 음. 

연출과 작가가 다른 사람이었나, 잠깐 의심될 정도로 이야기속의 광자와 무대위의 그녀가 잘 연결이 안됐어. 무대에 서있는 저 여자가 지금 살아서 현재를 보여주는 인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터뷰와 증언 만으로 짜깁기 되어진 과거의 회상 같은 느낌이랄까. 어느 순간 확 돌아서서 진짜 이광자의 얼굴을 드러내진 않을까. 그녀가 어서 죽어서, 어서 죽어서 라고 생각하면서 봤어.


동교역의 이기현 배우는 소년 B가 사는 집때랑 오버랩이 많이 되더라... 뭐랄까

바보 + 순진 + 자기 파괴적 설정이 너무 비슷하달까. 

소년B와 동교는.

배경이나 뭐나 전혀 겹치지 않는 인물들인데 보자마자 이기현 배우인 걸 알았어. 소년B가 떠올랐어.
(어쩌면 그 까까머리 덕분인지도 모르겠지만,)





사람들과 관계 맺지 않는 소년 동교.

그들에게 연탄을 기부하며 살지만 아무것도 바라지 않던 그에게, 사람들이 다가오면서 그의 관계하지 않는 삶은 흔들리기 시작하지. 

구청에서 나온 직원들이 연탄 나눔행사에 그를 참여 시키면서... 

동교는 자신의 선의를 숫자로 기록해야하고. 타인의 선의를 평가해야하는 처지에 놓여.

그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 그럴 수 없었어. 마음은 마음이었으니까. 주고 싶은 마음 뿐이었으니까 이유도 목적도 없었는데 갑자기 돈과 연결되기 시작하는거야.

관계되지 않았던 타인이었던 이들과 '이해관계'라는 것을 만들어 내야 하는 이 상황.


동교는 도망쳐, 달아나.

격려의 의미로 아버지가 주는 술을 거부하고


광자의 집에 숨겨달라 찾아와


그리고 광자와 동교는, 서로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각자의 이야길 서로에게 하며 서로의 이야길 각자에게 하며

술을 나눠 마시고, 방의 한켠을 눈을 붙일 수 있게 내어주고.

그러면서도 둘은 관계되지 않은 남으로 남기로 약속하지.


(동교가 광자에게 부탁해 받은 브래지어 역시도, 서로가 무엇을 바랐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어. 길가의 고양이에게 남은 고기를 주 듯, 

누나가 취한 동생 놈의 등을 두드려 주듯, 그렇게 서로에게 댓가를 바라지 않는 그런 관계처럼 보여졌어.)



그리고 이어지는 뒤의 이야기는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데 와닿지는 않더라.


동행한 친구는 극본보다는 연출적 문제라고 했지만,



나는 광자의 선택이 와닿지는 않았어.

남이라고 해서 죽이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

자신의 목숨을 끊는 일은 더욱 더



내가 가늠하고 있는 죽음의 무게와 이야기에서 터져나오는 죽음이라는 출구의 무게는 너무나 달라서

나는 그 마지막 결정들이 와 닿지 않더라.


여기가 집이다 처럼, 모든게 꿈이었다. 로 엔딩이 찾아오길 기다렸는데





그렇지는 않더라고


반지하에 들어오는 햇빛이 끝나는 것처럼 허무하게

허무하게 비극으로 엔딩.





햇빛을 기다렸던 그녀, 그리고 그녀와 관계되었던 모든 사람들

그리고 그녀와 관계를 맺지 않으려 했던 한명의 소년


그들이 교차로 같았던 그 싱크홀 앞에서 모두 모이는 순간은 참 강렬했어.

수미쌍관법 같았던 오프닝과 엔딩은 참 좋더라. 


그리고 


소년과 광자

동교와 누나의 관계가 진짜라는 생각을 했어.



이해관계 말고,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진 그대로의 인연은 두사람 뿐이었고,

그것이 끊어지는 순간을 여자는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다. 라고 느꼈던건 아닐까 하고.




라고 혼자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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