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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공연정보/연극무대 _ 후기 (67)
The first mind
강렬했다 우아했고 유쾌했고 억지스러웠고 소소했고 아무렇대도 아무 상관 없었다 집중을 멈출 수 없었고 소리가 사람이 이야기가 어우러져 있었다 포스터 그대로 였다 일주문 앞에서 나를 내려다 보았던, 비현실적이고 거대했던 장군상의 이미지 처럼 극은 비현실적이지만 강렬했다. 이야기 구성따윈 아무 상관 없이, 씻김 굿을 보고온 기분이 들었다. 뜨거운 사우나에서 한차례 땀을 흘리고 후닥닥 달려 냉탕에 들어간 느낌 후우- 한국 연극 이 꼬리표,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2014년 공연 당시 호평이 많이 올라와, 기대를 조금 했더랬다. 배우들의 연기는 평타 이상 세트는 생각외로 단출했다. 6.25부터 오늘날까지, 격변의 시대를 건너온 할아버지와 (겉으로는) 평안한 시대를 살고 있는 손자의 대화가 극을 이끌고 간다. 할머니가 죽기전, 지인을 찾아나서는 할아버지. 그리고 그 길에 동행하는 손자. 그 길을 따라 손자의 시선으로 할아버지의 지난 세월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한국의 과거가 근현대사라는 글자의 기록이 아닌, 사람이 건너 온 사람의 기억과 흔적이었음을... 다만, 사유하고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을 관객에게 남겨주지 않은 마무리는 크게 아쉬웠다. 느끼고 기억하는 것은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두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굳이 마지막 장면, 손자가 느낀 바를 교과서처럼 정리해주지 ..
아니 예매하면서 왜 뮤지컬이란 걸 깜빡했지? -가격이 착하기도 했거니와 배우들의 합이 잘 맞았다. 음향과 동작이 미친듯 맞아 입이 떡떡 벌어졌다. 동행께서 제목만 듣고 스릴런줄 알았다고 ㅋㅋ 하지만 무대는 멜로였다네 한밤중 갑자기 사라진 왕세자. 하지만 극은 점점 제목과 상응하지 않는 전개 사건과 부합하지 않는 갈등 하지만 그대로 사람이 사는 사람이 사랑했던 이야기 사내가 사랑의 마음만으로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하고 의심했지만 동행께선 가능하다며 고개를 끄덕거려주었다. 남자들 이라는 말로 그들을 묶어 단순한 존재라 결론 내리는 건 어쩌면 여자들의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문득 내 푸르던 시절에 소년들이 입술에 담았던, 그 단어가 문득 기억났다. 동갑내기 여고생들을 앞에 두고 녀석들이 골랐던 네..
무대 세트가 너무 예뻤네. 조용조용한 저수지 휴게소 시끌시끌한 분위기 무대 뒤로 펼쳐져 있는 대나무 숲 정의신 희곡집을 읽어 이미 결말을 알고 있었음에도 오랜만에 집중하고 앉아, 가만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연극이란 참 이런 것이지 하고 보면서도 다른 생각도 들었다. 더이상 연극 무대를 찾는 관객들은,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원하지 않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 대부분의 관객은 혼자 무대를 찾고 어둠 속에 앉아있는 그 시간동안 현재를 잊을 수 있길 바란다. 극이 끝나고 오늘을 돌아보는 시간. 나를 들여다 보는 기회따위는 원하지 않게 된건 아닌가 하고
뒤늦게 리뷰 수정 본지 며칠이나 지났는데 어제 본 무대보다 더 선명하다. 전석 매진, 이윤택 연출 동행한 친구가 매우 기대를 했는데, 그 기대치보다 석잔은 더 채워준 느낌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뜨거운 명동거리로 다시 빠져 나오는데 머리가 너무 아팠다 집중력을 쓴게 너무 오랜만이었던 듯 녹수역의 이자람 배우는 유명한 소리꾼이라던데, 비명과 악을 말처럼 내질렀다. 노래라기 보단 비명 같았고 그러면서도 한계가 보이지 않아 좀 무서웠다. 피맺힌 소리를 내면서도 그것이 전혀 부담없이 내지르는 것처럼 보여 신기했다. 그러면서도 좀처럼... 우리 소리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언젠가 소리가 권송희씨의 무대를 본적이 있었는데... (너무 예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입에서 나오는 소리보다 더 높이 울리는 무엇이 있어..
꽃이라 이름 붙였기에 꽃이 되었고, 마녀라 꼬리표를 다는 순간 사냥이 시작되는 시대. 빛나는 이름의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바꾸고 싶어했어. 광자. 빛나거나 미치거나란 수식어 그대로 그녀인 것 같은 그 이름 이광자 그녀는 자신의 젊음을 이용하고, 가난함을 몸으로 메꾸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이익을 남기며 살아가는 평범한 여자. 내가 볼땐 그랬어, 그런애들 정말 많잖아 젊음이 지지않는다 믿는 애들. 아니 나는 원래 젊게 태어났어 나는 이렇게 태어났어 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거는, 그냥 그런 젊은 여자. 무대가 참 어디 길 같았어, 길 같고 치우지 않은 버려진 방 같았어, 옷장은 높고 샹들리에는 위선적이었고 이곳저곳에서 아무렇게나 튀어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배우들, 아무렇게나 튀어나오는 척 해도 모두 약속된 동작..
고모가 있던 시골에서 보낸 마지막 여름 방학. 남들과 다른 모습으로 살아온 고모가 가진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어린 미래가 목격했던, 뜨거 웠던 여름날의 기억. 여름 방학 비밀 기억 그 단어가 주는 기대가 너무 컷던 탓일까. 극이 진행되면서, 그녀의 비밀은 평범하게 느껴졌고 아프기보다 아득하게 느껴졌다. 지나간 이야기, 이미 흘러가 버려서 아 그때 그랬지 하고 중얼거리게 만드는 그냥 그런 이야기. 하지만 또 다시 생각해보면, 내 젊은 날엔 없었던 그리고 내 앞길에는 오지 않을 사랑 이야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계절은 자로 잰듯 미지근 해서 나 역시도 그저 사랑으로 사랑한다 말하기엔 계산기를 두드리는 어른이 되어버려서, 미래의 여름은 이야기 처럼 이야기 같았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을 훔쳐보고 온 기분이..
이러다 영원히 안올리겠구나 싶어 그냥 올린다. 6월 18일 대학로 아름다운 극장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원래 이런분위기의 포스터 좋아라 하진 않는데, 강애심 배우님을 보고 덜컥 걸음했더랬다. 배우들 연기, 분위기 뭐하나 빠지지 않았던 무대, 커튼을 이용해 벽을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그 활용도가 낮아서 아쉬웠다. 중반을 넘어가면서... 아, 읽었던 희곡이었다. 라는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기억속엔 비극보다도 사랑에 대한 갈망이 더 깊게 기록되어 있었다만...) 역시 연극이란 건, 글자만으로 완성되는게 아닌가보다. 인물들, 각자가 가진 어둠으로 무대는 가득 찼다. 이전에 내가 가지고 있었던, 아름다운 극장의 모습까지도 한번에 덮어 버리는 색이었다. 6월 21일 스타시티 예술 공간 SM 극단 백수광부의 무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