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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갱지

인코그니토,알리바이 연대기,단편소설집 / 그때 그 무대를 내가 만났더라면

이요상 2018. 6. 7. 22:49

연극은 불꽃놀이와 같다. 직접 눈으로 보는 것과 그것을 영상으로 촬영한 것은 전혀 다른 느낌. 다른 감각으로 다가온다.

연극은 오직 무대로서 존재하며, 공연이 시작되어 끝나는 그 100분의 시간에 함께 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식으로 그것을 느끼거나 공유할 수 없다.


올해는 희곡을 쓰지 않기로 마음을 정했다.

희곡 수업에도 나가지 않았고, 할 수 있는 한 기회비용처럼 남겨두었던 미련들을 조금씩 털어내는 중이다.

- 그동안 쓴 것이 아깝지 않아? 란 생각으로 없는 재능과 시간을 부여잡기는 얼마나 바보같은 짓인가 - 이렇게 나는 자기 합리화를 한다.


연극 애호가가 아니어도 된다고, 그렇게 사랑하지 않아도 된다고 마음먹었고,

한달에 서너편 걸음하던 혜화를 이제는 한달에 한번 걸음하는 것도 드문 일이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마음을 먹는다고....... 갑자기 연극 보는 눈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좋은 무대는 여전히 아득하고, 걸음하고 싶어지는 포스터는 더 적어졌다. 이건 대체 왜 만드는 건데, 이 극단이 아직도 남아 있었어?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도 하고, 그러다 문득.


아, 그때 봤었어야 했는데..... 하는 무대가 떠올라 이곳에 남겨본다. 




2015년 12월. 그때 나는 어디에 서있다가 이 공연을 놓쳤을까.

후기를 찾아보고나서야 아, 하고 이마를 쳤다.

기억과 기억에 관한 이야기. 가장 좋아하는 소재 _ 실존했던 인물들 + 양정웅 연출이 만들어내는 조합은 어떤 무대였을까.


낮은 확률이겠지만, 언젠가 한번, 재공연 되기를 기다리며 나는 오늘도 코르코르디움을 검색한다.






2014년 4월. 아마도 새 직장에 들어가 허덕이며 버티고 있었던 때였던 것 같다.

알리바이 연대기는 회자되고 또 회자되어서 - 좋아하는 소재가 아니었음에도 - 그 무대를 찾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후에 김재엽 연출이 만든 '생각의 자유'를 보고나서 또, 알리바이 연대기를 놓친 것이 아쉬워 졌다.

김재엽 연출이 만든 극은, 인물이 말을 하는 무대였고 틀이 없는 듯 평온하면서도 천천히 관객을 설득하는 힘이 있었다.

좋았다는 이야기다.






2016년 8월, 관람 기회가 있었음에도 무슨 연유였을까 스스로 거절했던 무대.

후에 다른 분들이 올린 후기를 보고 아차 싶은 생각이 떠나지 않았더랬다.

어떤 무대였을까, 내가 만약 갔다면, 내가 만약 그 무대를 보았더라면,

나는 지금 희곡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 또한 해본다.





연극은 불꽃놀이와 같다.

다시란 없고, 어제의 무대가 오늘과 꼭 같지 않다. 그것이 연극의 매력이며, 나를 스쳐가는 그 순간 티켓팅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된다.


그런 고로 나는 오늘도 인터파크를 새로고침하고,

예스 24를 검색창에 입력한다.


내가 더 이상 연극 애호가가 아닐지라도, 내 의지박약함이 좋은 무대를 놓아야 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그러니 연극을 만드는 당신들께,

돌아오고, 더 분발하길 응원한다.


나는 다시 관객이며, 늘, 객석에서 좋은 무대를, 멋진 시간을 만끽 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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