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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갱지

잠자기 노래 없이 잠이 들다

이요상 2015. 12. 20. 18:39

 

 별

 

- 정지용

 

 

창을 열고 눕다

창을 열어야 하늘이 들어오기에

 

벗었던 안경을 다시 쓰다

일식이 개이고 난 날 밤 별이 더욱 푸르다

 

별을 잔치하는 밤

흰 옷과 흰자리로 단속하다

 

세상에 아내와 사랑이란

별에서 치면 지저분한 보금자리

 

돌아 누위 별에서 별까지

해도海圖 없이 항해하다

 

별도 포기 포기 솟았기에

그 중 하나는 더 휙지고

 

하나는 갓 낳은 양

여릿 여릿 빛나고

 

하나는 발열하여

붉고 떨고

 

바람엔 별도 쓸리다

회회 돌아 살아나는 촉불!

 

찬물에 씻기어

사금을 흘리는 은하!

 

마스트 아래로 섬들이 항시 달려 왔었고

별들은 우리 눈썹 기슭에 아스름 항구가 그립다

 

대웅성좌大熊星座가

기웃이 도는데!

 

청려淸麗한 하늘의 비극에

우리는 숨소리까지 삼가다

 

이유는 저 세상에 있을지도 몰라

우리는 저마다 눈 감기 싫은 밤이 있다

 

잠자기 노래 없이도

잠이 들다

 

 

 

 

 

 

 

     -

 

 

시를 읽다 마지막 구절을

다시 보았다.

 

 

자장가 없이 잠들지 못하는 어린 때도 있었던 것 같은데

오늘의 밤은 침묵 뿐이고

 

우리의 낮은 외면 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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