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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갱지

글 쓴답시고

이요상 2016. 1. 19. 01:50

1. 요즘들어 타인과의 대화가 뚝뚝 끊어진다.

 

주로 내쪽에서 잠깐 말을 멈추고, '뭐라고?' 하고 되묻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주로 내 집중력 때문이다.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저쪽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나 특이한 소재를 던져주면, 그것을 바로 받아 머릿속에 넣거나 쓰던 이야기와 연결지어 '여긴 요렇게, 거긴 조렇게' 하는 망상에 빠지는 것이다. 대화 할 때뿐만 아니라 공연을 볼 때도, 아- 이 분위기, 하고 내 희곡 장면으로 뛰어든다거나 하는 일이 종종 있다. 상대가 나를 좋은 대화상대로 여기지 않으리라는 후회를 뒤늦게 버스안에서나 이렇게 이불속에서 중얼거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면서도 나는 늘 대화에 목이 마르다. 이야기를 듣기보다 주절거리는 경우가 더 많은 주제에. 관습적인 이야기나 투덜거림. 내몸에 빼곡히 박힌 단추들을 누르는 듯한 말들 말고, 이야기와 대화에 목이 타들어 간다.

 

 

 

2. 그래 내 몸엔 단추가 수십개 달려 있어서.

 

일하는 곳에서 사람들이 내게 묻는 말들은 한정적이어서. < 점심시간을 묻는다거나 < 끝나는 시간을 묻는다거나 < 대기시간을 묻는다거나 < 그놈의 화장실을 못열고, 불을 못키고 > 일련의 단어를 입력하면 * 1시부터 2시 * 5시반까지 오세요 * 네 오래걸려요 * 미세요/ 안에 사람이 있어서 안열립니다. 의 끊임없는 리플레이를 반복 하는 것이 내 말의 전부다.

 

역전앞시계탑처럼. 형극의 가시밭길처럼, 끊임없는 리플레이를 반복 하는 것이 내 삶이어서.

나는 자꾸만 왜 삶이라는 단어를 쓸까. 삶이 아니라 그냥 그런 순간이라고 쓰고 싶은데

 

 

 

3. 내일을 사는 것 말고 오늘을 사는 것도 말고

 

지금을 살고 순간을 산다고 손끝으로 말하면서도

입으로는 말을 하지 못하고 소리만낸다.

 

사는 김에 그렇게 이 순간을 그렇게 그렇게 하고 상상해본다.

 

돈키호테 라던지 - 너 라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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