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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정보/연극무대 _ 후기

2015.11.21. 홍도 후기

이요상 2015. 12. 14. 23:35

 

 

 

검은 배경, 하얀 세트

세트랄 것도 없다. 두개의 낮은 단을 설치하고 오르내릴 수 있게 징검다리를 설치한게 전부.

단도 하얀색이고, 징검다리도 하얗다.

 

그곳에 색을 가진 인물들이 붓을 들어 점으로 찍히듯

그렇게 등장한다.

 

 

- 오빠의 학업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기생으로 살아가던 홍도는 오빠의 동창생이자 명문가의 아들 광호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약속한다. 광호는 집안의 완고한 반대로 홍도와의 결혼에 어려움을 겪지만, 둘의 사랑을 확인한 광호 부의 도움으로 결국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이를 끝내 못마땅하게 여긴 광호의 모와 동생 봉옥이 광호가 북경으로 유학간 틈을 타 광호와 홍도의 편지를 중간에서 가로채고, 홍도를 부정한 여자로 만드는 음모를 계획하여 홍도를 집안에서 내쫓기에 이른다 - 시놉시스

 

 

 

첫 장면에서 소녀인 홍도가 기생집에 들어간다. 가옥의 주인이 그녀에게 묻는다.

 

 

 

"이름이 왜 홍도냐"

 

"어머니께서 저를 가지셨을 때 붉은 길을 걷는 꿈을 꾸셔서, 홍도라 붙이셨다고 합니다."

 

"붉은 길이라, 홍도. 기생이 될 이름이구나."

 

 

 

처음엔 그 말들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극이 진행되며 보여지는 홍도의 몸짓도, 오빠의 말투도,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의 몸짓과 말투는 과장되고 비현실적이라,

신파임에도 그냥 허허 하며 웃으며 보았다.

 

시놉시스 그대로, 홍도의 이야기는 옛날 아침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이야기일 뿐.

 

 

 

배경음악도 없는데서 기생언니들은 춤을 추고, 기생이 된 홍도는 노래를 부른다.

우스꽝스럽고 비현실적으로 인물들은 걷고 웃는다.

그런 장면들이 반복되니 '연극이니까'라는 생각으로 바라보았다.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이니까...

 

광호를 마음에 품고있는 혜숙의 과도한 도도함 역시도, 그녀의 도가 지나친 질투 마저도,

광호의 여동생인 봉옥. 봉옥을 짝사랑하는 늙은 집사의 존재역시도.

관객들이 합리적으로 해석하며 바라보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은 신기한 일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울고 말았다.

홍도가 걷는 그 하얀길이 붉게 변하고.

홍도의 오빠가 "홍도야 울어라" 라고 말하는 그 순간.

 

 

단순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모든 장면들이

마지막 한장면을 위해 준비된 조각들이구나 하고

 

 

 

연출적으로 완벽한 무대였다.

 

 

넓고 어두운 무대에 밝은 색의 세트. (그마저도 무대 앞쪽만 사용했다)

깊은 무대 뒤쪽은 그대로 비워두어 관객들은 존재조차 모르게 하더니...

 

 

마지막 장면,

 

홍도가 걸어가는 붉은 길을 그 깊은 어둠속으로 이끌었다.

 

 

홍도가 울며 걷는 그 길에, 꽃비는 폭포처럼 쏟아졌다.

검은 배경을 뒤로하고 쏟아지는 붉은 꽃잎.

 

흰 바닥을 가득 채우던 붉은 길.

 

 

- 2015년 보았던 무대들 중 가장 강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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