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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2 연극 안아줘 리뷰

이요상 2015. 12. 3. 23:26

연극_ 안아줘

 

토요일 네시 공연.

 

 

 

겨울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무색할 수 있을까.

사람도 많고 건물도 빽빽해, 겨울바람 따위도 불지 않았고,

오롯이 햇살이 내려 제대로 데이트 하는 맛을 느꼈던 주말.

 

대학로, 소극장 시월에서

형광파랑이상향이 느껴지는 연극을 만났다.

참으로 이상한 향도 다있다.

어둠속에서 빛나는 형광, 존재만으로 우울한 파랑,

그리고, 누구나 가지고 있으나 참으로 덧없는 이상,

그 모든 것이 어우러진 향기.

 

애정하는 극단 시월의 공연이기도 했고,

고작 손에 꼽을 만큼 외고 있는 배우의 이름이 포스터에 찍혀있어서 반가웠더랬다.

 

 

 

 

 

 사실 그냥 감상평을 올리는 것인데읽어주는 독자분이 계신 것도 아닌데시간이 지난뒤에 내가 쓴 리뷰를 내가 읽어보면.. 그 무대가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하여 오늘도 어쩐지기억하고 싶어지는 무대인지라 공들여 한글자 한글자 기록해 본다 -

 

 

 반갑습니다. 배우 진영선군.

 우연히 찾았던 무대, 안개 여관을 시작으로 하카나 까지, 참으로 인상 깊게 머릿속에 남아있던 배운지라, 실은 이야기 자체에 대한 기대감보다, 이전 작품에서 만났던 그의 이미지가 오버랩 되지 않을까. (그는 이전에 도깨비, 방황 반항아 같은 역할을 맡았었다.) 싶은 우려를 안고 무대를 찾았다. 하지만, 기우.

지금 안아줘 라는 무대를 본 나로서는, 오히려 그 이전의 무대가 희미해질 정도이다. 이번 무대에서도 어김없이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으니, 관객의 마음으로서는 고맙고도 멋진 배우라고 말해주고 싶다.

 

 재식 역을 맡은 진영선과 함께 황경하(영진 역)은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는 연기를 선보였다. 둘 다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인물인데, 예술나부랭이(영진)와 천연기념물(재식)이라는 범상치 않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배우들은 잔잔한 연기보다는 개성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배우들은 배역의 개성이 강한 덕에 오버의 경계선을 간질이며 위트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현대가 배경이며 일상이 소재인 무대에서 모든 등장인물들의 강한 개성은 억지로 다가올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두 배우들의 능수능란함과 연기력은 그런 우려를 종식시키고, 관객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매력으로 작용한다. 보는 중간중간 오버라고 느낄 만큼 위험한 장면도 종종 있다. 재식 역이 술 먹고 오열하는 장면이 바로 그것인데, 무대위의 배우는 결코 그 경계선을 넘지 않는다. 오히려 찌질함과 애잔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울음으로, 우리의 지난 사랑의 추억들을 되 짚어 보게 만든다. 진심과 열정을 담아 연기한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두 배우 이외에도 여배우, 김민정, 김민주가 함께 한다. 김민주(보슬 역)라는 작고 마른 여배우, 뭐랄까, 너무 가녀려 연극 무대에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첫인상이 그러했다. 하지만, 그녀의 무대는_ 이 글을 읽게 되시는 모든 분께_ 직접 보시라고 말하고 싶다. 스무살 초반의 풋풋함에 아쉬웠다 누군가가 말하려나, 아니, 그것은 그대로 그녀의 매력이다. 어쩐지 그녀의 짹짹이는 목소리는 이 배경과 너무나 잘어울렸다. 내 젊은 시절, 같은 과에 있었던 그 기집애 같은 말투와 모습, 단골 카페의 알바생처럼, 어색함 하나 없이 자연스레 웃고 떠드는 그녀의 말투와 손짓, 그녀의 떨림, 모두는 날것 그대로의 사람의 감정 같아 보는 내내 감탄을 만들어 냈다.

 상대적으로 개성이 약했던 김민정(수연 역)은 헤어스타일에 따라 다른 인물처럼도 보이는 매력있는 배우였다. 여느 킬링타임용 무대에서 만났더라면 그녀 역시도 빛나는 포스의 여우였을 테지만, 안아줘의 무대에서 만큼은 두 남배우의 기세에 밀린듯한 느낌도 들었다, 차기작을 기대하며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리뷰는 여기서 마무리 한다.

 

 

 

 

 보통은 무대 자체에 대해서 먼저 평을 올린다만.. 이번 무대 만큼은 배우들의 연기력이 압도적으로 우위였다. 디테일이나 세부 설정면에서 연출도 괜찮은 편이었지만, 아쉬운 점은 역시 이야기의 익숙함이랄까... 작품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이런 실력의 배우들이 비슷한 희곡으로 로테이션된 무대를 만나, 매력이 반감된 듯싶었다.

종종 대학로에서 데이트 하는 젊은이들은 어떤 인상을 받는지 모르나, 정기적으로 무대를 찾는 입장에서 몇몇 유명극단을 제외하고는 늘 비슷한 내용이나 같은 제목의 연극 뒤에 1,2,3 이라는 숫자를 붙여 업로드 하는 것이 현실이다. 안아줘는 푸르고 빛나는 무대였다. 배우들의 연기 덕에, 그리고 그들의 열정 덕에,

하지만 참신함 보다는 익숙함이란 느낌이 드는 것은 극 자체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극단 시월에 대한 애정으로, 당장 보러 가라! 는 평을 쓰고 싶은 마음도 울컥 들었다. 뻔하디 뻔한 무대보다는 분명 매력적이고, 싱그러웠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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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제목의 연극 뒤에 1.2.3 이라는 숫자가 붙는 무대는

여전히 성업중

 

하지만 정말 연극을 만드는 사람들은 너무나 멋져서

공장에서 찍어낸듯 보이는 물건들 틈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멋진 무대를 만나게 되는 일은 늘, 언제나 기다리게 만든다.

 

방심한 사이 놀래키고

지친 나를 뒤흔다.

 

 

가을이구나 싶으면 다시 여름으로

지쳤다 싶으면 다시 봄길로

 

 

빠져나오기엔 너무 늦은 걸까. 이제 시작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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