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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5 소년 B가 사는 집_ 후기

이요상 2015. 12. 14. 00:13

 소년 B사는 집

 2015.04.15.

 백성희 장민호 극장

 

 

소년 B가 사는 집 _ 국립극단백성희장민호극장

 

작 : 이보람    

연출 : 김수희 

출연 : 이호재, 강애심, 백의남, 이은정, 최정화, 이기현, 강기둥.  

 

 

서울역에 정말 오랜만이었다. 공항철도가 연결되고는 처음이니, 아마 아주 꼬꼬마때 아버지 손을 잡고 왔었던 기억이 아니었을까 싶다. 서울역은 크고 낯설었다. 불빛이 환한 인포메이션과 주변에 산재해 있는 외국인들 덕분에, 타국에 온듯한 기분까지 느꼈다. 게다가 15번 출구를 나서자 보이는 그 빨간 건물이란! 국립극장이라 그런가, 처음 오는 곳이라 그런가, 빨간 극장은 너무나도 예뻤다..

 

담벼락에 붙어서 만개한 라일락 덕분일지도.. 봄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오랜만에 마음먹고 앉아서 쓰는 리뷰.

 

무대가 전체적으로 비스듬했다. 특히 좌측의 부엌겸 거실이 그랬다.

 

극이 시작 되기도 전에 공연장을 잔잔한 트로트 노래가 채우고 있었다. 조명이 어두워지고, 노란 조명이 오롯이 그곳을 비추면, 비로소 그 노래가 라디오 소리였다는 걸 알았지만.

 

엄마는 거실을 치우고, 아들은 책상에 앉아 책을 본다. 그래 흔하디 흔한 장면 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평범한 부모 평범한 아들이지만, 이들이 가진 과거는 어둡고 두렵다. 과거는 곧 현재이며, 미래도 별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들은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살인전과자다. 열네살에 친구를 죽이고, 야산에 몰래 묻었다.

폭행치사, 살인 전과, 암매장. 그런 단어들로 사람들은 이 집에 사는 소년을 기억했다. 가족들은 그 사건이 벌어지고도 이사를 가지 않았다. 그 마을, 그 학교가 있는 동네에 여전히 살면서 사람들이 자신들을 지목하는 비극속에 살면서도, 비극을 만들어낸 아들에겐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하려 애쓴다.

 

괜찮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죽은 사람도, 남은 사람도,

 

형기는 마쳤지만 보호관찰 신세인 아들은, 자신을 두려워 하는 사람들에게 더 두려움을 느낀다.

엄마는 우연히 가게로 들어온 낯선이에게 고마움 마저 느끼는 비극이다.

엄마는 끊임없이 죄의식에 몸을 떨고, 현장검증에서 보았던 아들의 악행을 떠올리며 왜, 왜, 왜를 반복한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 믿는 아버지는 힘이 없고, 평범한 어른이 된 누나는 그런 가족들 틈에서 애써 밝으려, 더 힘이 든다.

 

그 집에, 소년 B가 산다.

여전히 열 네살,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알지 못하는, 소년B가 산다.

 

 

 

 

 

강애심 배우의 연기가 압권이다.

처음엔 넙죽이를 연기했던 그 때가 떠올랐지만, 책상에 앉아 두 팔사이에 얼굴을 묻고 숨을 몰아쉬던 엄마의 모습에 나는 울고 말았다.

 소년B역을 맡은 강기둥 배우의 모션도 강렬했다. 싱크대를 가볍게 딛고 층계를 날아오르는 모습. 발을 구르며 어른이 되지 못한 자신을 위협하는 목소리가 뚜렷히 기억에 남았다. 극이 끝나고 오는 길에 그이름을 가장 먼저 검색했다. 작은듯 한데 작지 않았다.

 누나 역할의 이은정 배우와 강애심 배우가 너무나 닮아, 닮은 듯해. 

엄마를 달래려 힘을 내는 누나의 모습이 짠했다.

 

나중에 프로그램북을 천천히 읽으며, 연출의 의도를 읽는 것이 좀 재밌었다. 종종 연출의 의도를 읽으며, 그랬어? 하는 때도 많다. 배우가 이렇게 연기를 한 이유는... 하고 설명하곤 하는데, 도무지 배우가 그렇게 연기 했던가, 하는 물음이 나올 때도 종종 있다. 읽는 그대로 연출의 의도를 그대로 무대에서 볼수 있었던 것 같아, 젊은 연출가가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크리에이티브 마인드 연극 부문 작품이라고 해서 기대감이 크진 않았다.

올해 오프닝 작품들이 다소 실망스럽기도 했고, 하지만 이보람 작가의 이 작품만큼은 CJ가 제대로 발굴했지 싶었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줄 생각을 했을까.

나는 어떻게 한번, 이들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상상도 해보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도 조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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