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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31 먼로 엄마 후기 본문

공연정보/연극무대 _ 후기

2015.01.31 먼로 엄마 후기

이요상 2015. 12. 8. 12:45

잠깐 앞서 CJ크리에이티브 마인즈 라는 사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http://www.cjculturefoundation.org/index.html






간략하게 말하자면, 대기업 CJ 의 '문화' 사업 이라고 지칭할수 있다.


CJ azit


Tune UP


Project S


그리고 Creative Minds



음악, 연극, 뮤지컬, 스토리텔러 등 다양한 분야의 신인들을 발굴, 지원하여 작품을 만들어나간다.


그중에서도 크리에이티브 마인즈는 연극과 뮤지컬 부문의 공모를 진행한다.


소설이나 만화등이 각종 포털 사이트를 통해 쉽게 창작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것과 비교하자면, 희곡 글쓴이들과 뮤지컬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데뷔 루트가 각박하기 이를데 없다.

더더군다나 나처럼 배운 것없고, 학연 지연조차 없는 맹꽁이 지망생들에게는 이런 사업 소식이 (아직 미진하여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서도) 반갑고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먼저 든다.



그중에서도 2013년 선정작이었던 '바람직한 청소년'과 2010년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일반 관객에게도 사랑을 받았고, 또 받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2014년



 무려 3개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하드보일드 멜랑콜리아

먼로엄마

졸업 작품




우선, 앞서 선정된 작품들에 대한 입소문들이 남달랐기에, 첫 관람은 한껏 기대를 품고 갔더랬다.

무대의 셋팅, 미친 조명, 완벽한 음향, 세련된 연기는 _  오프닝부터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고.

하드보일드와 스릴러를 기대하고 갔던 내게 배신을 안겨 주었다 ㅠ




그래서, 먼로 엄마는 어떻게 만들어도 만족하리라 싶었다.

기대감 zero.









하지만, 극이 시작되고, 무대위의 먼로의 얼굴이 프린팅 된 샤막은, 기대를 안할 수 없게 만들었다.


 Happy birth day - 라는 불투명한 음색의 먼로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정교하고 세심한 먼로 엄마의 집이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 CJ도, 앞서 보았던 하드보일드인지 소프트보일러인지, 그런 것들도 상관 없이 그대로 몰입해서 보았다.










쉰 넷의 이미테이션 마릴린 먼로, 노미진.


주인공을 맡은 길해연 배우님은 어찌나 아름답던지, 젊은 나이가 아닌데도 몸매가 드러나는 의상들은 불편하기보다 묘하게 자연스러웠다.


나이가 들어 더이상 밤무대조차 서지 못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화려한 드레스를 좋아하고, 높은 힐을 즐겨 신고, 살랑거리는 웃음으로 남자들을 후리는_ 그리고 자신이 먼로라 믿고 있는.

'먼로 엄마'


비현실적인 인물처럼 보이지만, 철없는 엄마의 모습과, 철든 딸의 구도가 낯설지 않았다.

딸 역할의 윤미경 배우가 너무 자연스러웠고, 다른 역할들도 하나같이 안정적이고 깨알같아서 보는 내내 미소가 지어졌다.

(딸과 문학교생의 비중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였다. 두사람의 로맨스가 없었더라면 지지부진한 신파라고 느꼈을 지도^^!)


동료들은 때에 따라 주현미, 현숙, 돈을 따라 자신의 역할을 바꾸지만, 마지막까지 먼로를 고집하는 엄마.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변하지만 엄마는 여전히 지조를 운운하며 먼로의 옷을 벗지 못한다.





딸은 그런 엄마를 이해할 수 없고.

모든 남자를 자기라 부르는 엄마의 교태도 받아들일 수 없다.


게다가, 금발머리를 하고 TV 출연까지 계획하는 엄마라니!




후후_

모녀의 자세한 이야기를 쓰고 싶지만,

분명 다시 무대에 올라오리라 믿기에 자세한 이야기는 기억속에 남긴다.





철없는 엄마.

엄마에게 의지하고 싶어하는 딸의 마음은 모르고, 딸의 급식비로 구두를 사고, 옛 애인의 일자리 뺏기도 아무렇지 않아하는 그녀.

그래도 나는, 그녀가 밉지 않았다. 먼로가 죽는날 태어난, 먼로의 환생. 스스로 진짜라고 믿는 수원사는 대한민국의 아줌마.


그녀의 판타지를 나도 모르게 응원하고 있었다.

그녀가 현실에 굴복하지 않기를, 현실속에 나는 답없이 꿈속에 사는 그녀를 보며, 엄마를 떠올렸다.



엄마의 판타지는 무엇이었을까.

지금 이불을 덮고 잠들어 있을 엄마도 _ 분명 가슴속 깊이 어떤 꿈을 아직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





나는, 어떤 판타지를 안고 가고 있는 걸까.

진짜가 아닌, 끝내 끝나도 이뤄지지 않으리란 걸 알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그러면서도 마지막까지 살아 움직이도록 지탱해주는 판타지.



먼로 엄마.


먼로 엄마.



다음엔 좀 더 - 길게 기간을 잡고 다시 무대에 올라오리라 믿는다.







사족 _ 다음번엔 패키지로 구매하지 말아야지 싶다.

        패키지 구매가 어째서 다른 할인보다 더 비싼거야! 엉엉 ㅠ 잉잉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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