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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정보/연극무대 _ 후기

2015.01.11 하드보일드 멜랑콜리아 후기

이요상 2015. 12. 8. 12:43













지나다니면서 많이 스쳤으나..

묘하게도 눈에 띄지 않았던 쁘띠첼 씨어터

 









 


기대감.


어쩔 수 없다. 포스터를 이렇게 만들어 놓았으니, 제목 또한 이렇게 오묘하게 지어놓았으니, 게다가 - 그들의 취조가 시작된다! - 라니... 드디어, 연극으로는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다는 스릴러 장르에 이렇게 신예 창작자가 데뷔 하는 구나. 하는 설레임을 안고 극장을 찾았다.


쁘띠첼 씨어터, 이름 만큼이나 복도에는 김수현의 사진들이 많이 붙어있고, 공연 시작전 으레 있는 관계자의 휴대폰을 꺼달라는 안내 멘트 대신, 영상속 김수현이 달콤한 말로, 앞자리를 차지 말아주세요.. 같은 간질거리는 멘트들을 들려준다.

^^; 오글거리긴 했으나, 이러니 저러니 해도 씨제이에서 만든 무대이까, 이정도의 홍보는 적당하고 유쾌 했다.




그렇게 홍보영상이 끝나고,

어두운 무대에는 오래된 티비에서 나는 지지직 소리와, 아무것도 방송되고 있지 않음을 나타내는 회색과 흰색이 어지러이 교차되는 조명이 비춰진다.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관객을 집중시키고, 갑작스런 암전 _ 그리고 테이블 위로 단 하나, 필라멘트에 전기가 들어옴을 느낄 수 있는 작은 음향과 함께, 외로운 조명이 켜진다. 갑작스럽고도 외롭게.


이순간, 나는 입을 벌렸다. 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대 세트며, 조명, 음향, 뭐 하나 디테일이 안느껴지는게 없다.

미친 조명.

이렇게 연출적으로 조명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무대를 보았던게 언제더라..ㅇ_ㅇ!

왠지 모를 감동을 느끼며.. 연극은 시작되었다.

  (파파 프로덕선의 리얼러브 초연이 그게 몇년전이야, 그게.... ㅠ)




주인공인 형사는, 연쇄 살인범을 쫓고 있다.

놈은 악날하고, 자비가 없다. 아이고 어른이고 가리지 않고 죽이고,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아무런 증거가 없지만, 주인공은 자신의 아내를 죽인 범인이 바로 이녀석이라 확신한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형사가 용의자라고 생각했던 사내들이

회상과 함께, 무대위로 등장한다. 단순한 회상은 아니다.

형사 역시도 다른 경찰에게 취조를 받는 상황을 통해, 그때 당시를 회상하게 된다.

덕분에 극의 전개는 자연스러우면서도 깊게 이어진다.


10살 이하의 아이들을 납치해 아이를 죽이고, 그 어머니가 흐느끼는 목소리를 전화기 너머로 들으며 성적 쾌감을 느끼는 범인.


지하철 승강장에서 총기를 난사했던 미치광이.

그는 형사의 손에 죽었고, 정당방위로 기록되었다.


형사역의 황택하 배우는 안정적으로 이야길 이끌었고, 취조자역을 맡은 배우도 여유가 넘쳤다. 두 배우만 놓고 보자면 장기 공연중인 무대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유괴범역할의 이시훈, 성우 강수진의 느낌이 -느낌만- 나는 음색이라 나는 몰라요 하는 것 같은데,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은 자기 확립형 인간. 잠깐의 출연인데도 자신이 어떤 인물인지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다만 정면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 아쉽네요 그려..

취조범 역의 백진철 배우님은 강렬하기보다는, 듬성듬성했다. 연기를 듬성듬성했다기보다, 인물 설정이 애매하여 지하철역에서 미쳐서 학살하고 있는데, 가해자라기보다 피해자의 인상이 훨씬 더 강했다. 좀더 곱추나, 정신분열의 느낌이었으면 어땠을 까도 싶고...

이미지가 불분명하게 남아 아쉽다.

소녀역할의 이지현 배우는 강렬했다. 목소리며, 몸짓이며 _ 헌데 어째서 소녀들은 꼭 하얀 잠옷을 입어야 하는 거지? 하는 딴생각도 잠깐, 초반에는 정말 어린 배우구나 싶었는데 극이 진행되면서 노련미가 느껴지는 경련을 보여주셨다 ㅇ_ㅇ

아내 역할을 맡은 김수안 배우는 참예뻤다. 목소리도 안정적이었는데, 뭐랄까, 화법이나 음성 자체가 주인공이 사랑할 수 있는 아내처럼 느껴졌다. 다만. 얼굴이 너무예뻐... 너무... , 음, 얼굴밖에 안보였소.

여대생 역할의 김희연 배우는 평이하다는 느낌이어서 좀 아쉽, 중간의 인격이 바뀌는 장면에선 좀더 극과 극을 달렸어도 좋지 않았나 싶고.

-배우 리뷰는 관람후 시간이 경과하여 작성하다보니, 연기 자체보다 이미지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말았돠..-



다시 이야기를 들여다보자면,


그들의 연기는, 그들의 대사는 아름답고, 은유적이었다. 형사와 주고 받는 대화 속에는 작은 의미들이 담겨 있어 무엇하나 가볍지 않았다.


어린아이 하나 구한다고 해서 도시가 변하진 않는다던, 자신이 아니더라도 결국 누군가의 손에 죽을 것이라고 말하던 범인. 목숨하나 살린다고 해도, 도시는 쉽게 밝아지지 않는다. 고작해야 모기나 나방이나 알아차릴 수 있을 만한 빛에 불과 하다던, 그들의 말들.


하나 하나 유리조각처럼 객석을 향해 날아들던 말들은,




그런데...



한개가 두개되고, 두개가 새개 되고,

그렇게.. 했던 말 또하고 했던 얘기 또하고 했던 소리 또하고 아까 한 말 또하고 좀 전에 한 말 또하고 앞 장면에서 했던 말 또하고 그 앞 장면에서 했던 말 또하고 아까 등장인물이 했던 말 또하고 첫번째 범인이 했던 소리 또하고 두번째 가해자가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하고 그말이 그말이잖아.. 그런데도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하고 이만하면 충분하다 싶은데..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하니...



거기다 8팔이 은유.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장면으로 보여주거나,

결정적 장면에서 한두마디 비추는 것만으로 뇌리에 박힌다.

반복해서 여러번의 비슷한 내용의 은유를 한시간이나 반복해서 듣는다고 해서 그 의미가 더 커지거나, 더 확실해지지 않는다.


- 진심, 나는 범인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는게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순간.


그 한마디에 범인이 누군지 짐작했다. ㅠ

그런데 그 얘기를 계속한다. 장면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직, 대화와, 대화로.




너무했다.

너무했다라는 말 이외에는 평할 것이 없다.


이것은 관객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공모에 탈락한 사람들이 봤다면 그에 대한 예의는 더더욱 아니다.


누군가는 후기에.. 난해하진 않다, 받아들이기 힘들 뿐 이라고 했다.

그말이 맞다. 이해하기 어렵진 않다. 이해를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다. 극이 진행되는 90분 중에 절반 이상 같은 내용을 은유하고 있는데 어느 바보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을까.


근데.. 받아 들일 순 없지.

받아 들일 순 없다.


관객은 바보가 아니다.



막이내리고, 한숨만 그득 남았다. 찝찝함과 함께 화도 났다.


범인이 누구인가로 집중하게 만들어놓고...


뭐... 애초에 포스터만 보고 추리극, 스릴러 장르라고 생각한 내가 바보였지만..



아아... 미친 조명과 완벽한 분장 + 제목 으로 인한 착각은,

한숨과 아쉬움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 나중에 프로그램북을 보니.. 예술감독이 조광화란다.........

                           어쩐지... 어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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