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mind

2015.06.03 허물 후기 본문

공연정보/연극무대 _ 후기

2015.06.03 허물 후기

이요상 2015. 12. 14. 00:20




(서울역 누들킹. 국립극장쪽에는 간단히, 후루룩 먹을 만한 곳이 마땅찮았어...)

잠이 안올 땐 연극 리뷰

이러니 저러니 해도 욘극은 내 마음의 안식처
마지막에 잠들고 싶은 최후의 아지트


 



연극 허물을 봤다.

국립극장 소극장 판

백성희 장민호 극장 맞은편

올해는 새로운 공연장들을 많이 가보게 되었네.

 


허물.

처음 나왔던 포스터는 지금의 분위기가 아니었어.


이런 분위기 였거든. (인터넷에 아무리 찾아봐도 이미지가 없어서, 받아두었던 팜플렛 사진 찍음..ㅋ)


음습하고 칙칙하지?

늙은 노인이 허물을 벗는다. 그는 점점 젊어진다니..
이 얼마나 그로테스크한 설정이야..!


일본 작가 '츠쿠다 노리히코' 의 희곡으로 무려 열한명의 배우가 등장해.
배우들의 합이 굉장한데, 특히 80대 노인을 연기해준 임홍식 배우님의 연기는 어찌나 귀엽고 생생했던지!

프로필 사진을 보면 카리스마가 굉장해 보이는데,

무대에서는 없는 이로 바나나를 겨우 겨우 먹는 할아버지. 아니,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느낌이랄까 ㅇ_ㅇ!
게다가 치매가 있어서, 1분에도 서너번씩 '엄마는?' 하고 물어.
아버지의 아내, 그녀는 어디로 갔냐고?

엄마.
아버지가 사랑했던 그녀는 지난 주에 세상을 떠났어.



아들이자 주인공 다쿠야의 집엔
엄마를 추모하기 위한 불단이 있어.

일본의 장례문화를 잘 모르지만, 장례가 끝나고도
49일간 망자를 위해 집에서 추모기간을 가지는 듯해.


아버지는 엄마의 죽음따윈 기억하지 못하고.
술을 찾고, 아들이 쥐어주는 바나나에 웃고, 호치케스로 발톱을 깎으려 하고.
바지에 실례를 하고. 그러다 갑자기-

아버진 그 늙은 몸뚱아릴 욕실에 벗어버려.

그리고 연이어 침대위에, 동네 공원 화장실 등지에 자신을 아무렇게나 벗어두고
다정했던, 열심히 살았던, 그리고 심지어는 아들이 기억할 수 없었던 시절의 남자의 모습이 되어 등장하지.


젊은 시절의 아버지는, 나와는 상관없는 하나의 남자. 
책임감이나 식구라는 것에 매여있는 가장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살았던 '스즈키'
하나의 인간.



묘한 기분이었어.
아버지이기 이전에 누군가를 사랑했던 남자였고, 꿈이 있었던 사내였고.
철이 없던 누군가의 아들이었던 인간.
 


당연한 얘기지만,
아버지도_ 나도 잊고 살고 있었잖아. 하고, 울컥 잠깐
모두 모여 우동을 먹을때 나는 울뻔했지 뭐야.








아버지가 허물을 벗는다는 설정은 굉장히 특이하지만
갈등의 근원은 아버지가 아닌 나로부터 시작돼.
오히려 아버지는 갈등 해결의 매개체일 뿐이지.

작가가 만든 주인공은 흔들리지 않고 갈등의 중심에 있어.
원인은 내게 있고 풀어갈 사람도 나인거지.
덕분에 무대는 갈곳이 확실했고. 몰입할 수 있었어.
한국의 흔한 무대였다면, 신파로 만들었을지 모르는 설정을 있는 그대로의 연극으로 완성 시켰구나 하는 생각도 했어.
 




무대는 어둡기보다 유월의 해변 같았어.
아버지가 벗어놓은 허물들은 나의 아버지 같았어. 흥겨웠고 유쾌했고. 끝나고 어찌나 앵콜을 외치고 싶던지 !




이야기의 대단함에 박수를 보냈어!

나 정말 소리지르고 흥겹게 보았네 ㅋ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빠져들어서
그리고 100개의 희곡을 썼다는 작가의 말에, 힘을 받는다. 나도 할수 있어. 나도_ 백개 중에 단 하나 이런 이야길 쓰고 싶다. 하고_

노란 프로그램 북을 손에 들고 돌아오는 내내, 우왕우왕

하고 걸었네 ㅎ





또 보러갈지도 모르겠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