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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정보/연극무대 _ 후기

2014.10.26.햄릿 아바따 리뷰

이요상 2015. 12. 3. 23:54

 

 

 

 

 


 

어디서 지나가다 봤더라? 세익스피어 그 냥반이 이시대에 태어났다면 소설가가 되었을 거라고.

 

그 시대는 문맹인 사람들이 넘쳐났던 시대라, 자신의 작품이 더 많이 보여질 수 있는 무대라는 루트를 탔던 거라고-

 

 

 

 

 

나 나름 연극 애호가라고 생각했는데, 햄릿은 처음 봤어, 햄릿만 처음 본게 아니야. 사실 세익스피어 작품은 본게 없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뒷걸음 쳤어. 어려울 거란 생각이 먼저 들었거든, 문장마다 완벽한 구성의 조합으로 만들어 졌다는 문장들 (물론 영문표기했을 때 이야기겠지만) 이라는 둥, 도무지 번역본을 읽기 시작하면 그 딱딱한 구어체에 책장이 넘어가지 않았는데, 무대인들 별 다르겠어? 싶기도 하고.

 

무슨 생각으로 걸음했나 몰라.

 

보다 잠들어도 한번 가보자. 그래도 함 봤다는 이야기는 해야지, 하는 생각이었어 분명.

 

 

 

 

 

무대는 깊고 넓어, 사실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을 처음 걸음한게 아닌데... 이것 참 낮설게 느껴지더군,

<이래서 무대 디자인이란걸 하는 사람이 따로 있구나 싶었어.>

 

무대위에는 등퇴장의 편의를 위해서,

연출을 위한 혼백의 대기장소를 위해 작은 의자들과 철제 구조물들이 장식물처럼 사이드에 차분히 놓여져 있어.

처음엔 기괴하게 느껴졌던 그것들이.

극이 계속되면 나무처럼 느껴져.

햄릿에게 위로를 건네는, 앙상한 나무들. (나만 그렇게 느꼈다.)

 

 

극은 전체적으로 무용극에 가깝다고 할까.

인도에서 바다를 건너온 무용수가 햄릿의 아버지 혼백을 연기해.

그 몸짓이 강렬하기도 했지만 사실 무용이 전부인 무대는 아니었거든.

인도어로 노래를 하는 여가수의 노래도 사람을 뒤흔들어 놓아.

처음 듣는 음색, 처음 느끼는 울림으로, 거대한 강위에서 연주되는 장송곡 처럼 햄릿, 이 무대의 분위기를 압도하는 연주가 계속 되지.

 

그런데도 극은 분명 무용극, 무용극이라고 할 수밖에.

 

광대들 모두가 몸을 너무 잘써서, 걸음걸음 마저도 무용 같았어. 놀라웠어.

익히 알고 있던 얼굴의 배우인데도, 뒤늦게 그 뚱띠 아저씨가 이 아저씨였던가 하고 프로그램북을 뒤적일 정도로!

 

 

 

한복바지 같은 광대들의 바지.

무대 뒤편에 놓여진 거울, 창,

그리고 죽음을 상징하는 휴지 조각들, 모두 조악하면서 아름답고,

별것 아니면서 압축적이어서,

연출의 고심과 예민함이 느껴졌어.

 

뭐, 마지막 장면에서 지쳤는지, 아니면 배우의 역량 부족인지_

오필리어의 죽음 이후로 그 상징이 연결해주던 몰입감은 흐지 부지 된 느낌도 있었지만.

 

 

무대의 하이라이트는 비극적 마지막 장면이 아니었던듯 해.

오필리어, 그녀가 미쳐서 죽음을 맞는 그 장면 까지가, 이 무대의 핵심이라는 느낌을 받았어.

권력욕 + 형을 살해하다.

라는 사건으로부터 비극이 고리와 고리,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는 선이 매끄럽고 완벽하여서

아, 역시 어쩔 수 없구나.

오백년이나 지났는데도, 역시 우리는 세익스 피어라는 극작가를 사랑할 수밖에, 끊임없이 그의 무대를 재연하고,

다시 다시, 다시, 다시.

 

하고 그의 천재성을 눈으로 보았던 시간이었어.

아, 정말, 참, 잘 썼다.

잘 썼다는 것 이상의 희곡,

이야기 그 이상의 비극.

 

뭐 어쩌겠어.

 

그는 세익스피어고.

이 무대는 햄릿인걸.

 

나는 정말 감탄과 기묘함.

탄식과 갈채를 섞어 내뱉으며 그 정신없는 무대를 보았던 것 같아.

 

 

 

다시 찾을 거냐고?

 

글쎄.. 글쎄.....

 

 

망할 세익스피어.

그댄 너무 완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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